15 APR 2015, Spain
Madrid (Segovia, Toledo) - Sevilla - Córdoba - Ronda - Granada - Barcelona - Paris |
쏘코트랜을 타고 똘레도 한바퀴를 돌고 다시 광장으로 돌아올 때쯤 언제 그랬냐는 듯 날씨가 맑아지기 시작 했다.
대성당에 다녀온 후, 식사도 할 겸 7.1 버스를 타고 똘레도 파라도르에 다녀오기로 했다.
버스는 광장을 오른쪽 방향으로 걷다가 알카사르 방향으로 왼쪽 길에 있는 정류장에서 탈수 있고,
전광판에서 버스가 몇분 후에 오는지도 나온다.
7.1 버스 노선은 정류장에도 표시되어 있지만,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한 대로1시간에 1번, 매 45분마다 출발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행자의 시간이란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므로..
다행히 따뜻해진 날씨에 햇살을 받고 앉아서,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렸다.
▼ 7.1 버스 노선 (출처: www.unauto.es)
버스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일본인으로 보이는 노부부가 우리에게 다가와서 길을 물었다.
6~7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이 할아버지는 예상과 달리 유창한 영어 발음으로
똘레도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는 어디서 타면 되는지 물어 보셨다.
우리는 먼저 들른 관광안내소에서 미리 확인해 둔 터라서 안내를 해 드렸는데,
대답을 듣고 돌아서는 그 분들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그 연세에도 서로 손을 잡고 자유여행을 다니는 그 노부부가 참 부러웠다.
나이 들어서도 그 분들처럼 여행 다니려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하체 운동과 영어 공부라며..
다시 한번 작심삼일로 끝날 게 뻔한 다짐을 해 본다.
신기하게도 며칠 뒤,
우리는 해지는 알람브라를 보러 올라 간 그라나다의 산 니콜라스 광장에서 그 노부부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속으로 무척이나 반가워서 그 때 버스 정류장은 잘 찾아가셨냐며 인사하고 싶었지만,
우리를 기억할까 싶기도 하고, 어색한 인사를 주저하다가 서로 지나치면서..
세번째 만나면 인연이라 생각하고 당신을 똘레도와 그라나다에서 보았노라고 아는 척 해주어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노부부와 그 정도까지 인연은 아니었나 보다.
잠시 후, 예정된 시간대로 7.1 버스가 왔다.
똘레도에서 처음 타는 버스.
기사에게 Parador? 물었더니 맞다고 하는 눈치다.
기사에게 표 2장을 사야 했는데, 버스 요금은 1.40 EUR.
미리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갑에는 지폐 뿐이었다.
그나마도 10 EUR 짜리가 가장 작은 단위의 지페였는데, 지갑을 뒤져 가지고 있는 동전을 찾아 10.80 EUR를 냈다.
기사가 0.5 EUR 동전으로 잔돈을 거슬러 주긴 하는데.. 좀 짜증을 냈다.
정확치는 않지만 욕을 섞어서 하는 것 같기도 한데, 계속 큰소리로 뭐라 뭐라 했다.
아무래도 잔돈을 준비했었어야 하는데, 미안하긴 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기사에게 구입한 버스표
버스 정류장에서 미리 봐둔 노선 대로 영어가 나오는 전광판을 주시하고 한참 가는데,
기사 아저씨가 Parador! 외쳤다.
아직 도착한 건 아닌 것 같아서 잘 못 들었나 싶었는데
버스정류장에서 같이 탔던 아저씨 한 명이 다시 한번 우리를 보고 Parador! 하고 외쳐 주었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부랴부랴 내리고 보니 호텔 입구 간판 밖에, 버스 표지판도 없는 도로 한복판이다.
이건 필시 버스 기사의 복수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건너편을 보니
인터넷에서 많이 봤던 파라도르 로고가 있는 표지판이 보인다.
횡단보도도 없는 도로를 건너 파라도르 입구로 가는데,
도로는 자동차 전용도로처럼 인도도 횡단보도도 없고, 조금 위험해 보였다.
파라도르 입구 표지판을 보지 못했다면 버스 기사만 원망하고 끝났을 험난한 똘레도 파라도르 찾아가기.
이 순간에는, '똘레도 파라도르 대체 얼마나 좋은 곳이라고..! 이렇게 험난하게 찾아왔던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동차가 들어가는 입구인걸까, 표지판에 입구라고 써 있으니 입구는 맞는 것 같기도 하고.
▼ 똘레도 파라도르 입구 (사진에 잘렸지만 길건너 왼쪽 빨간색 호텔 간판에서 내려준다)
▼ 똘레도 파라도르 입구에서 본 구시가
우리가 들어온 곳은 아마도 건물 뒷편 주차장 쯤인가보다.
▼ 똘레도 파라도르 건물 입구
똘레도 파라도르 Parador de Toledo.
똘레도 파라도르, 카페 테라스 야외에 자리를 잡고, 샹그리아 두 잔과 샌드위치 주문했다.
샹그리아와 함께 나온 절인 올리브 내 취향은 아니라는.. 내 입맛에 물컹 물컹 좀 짠 느낌..
주문 받을 때 딱히 친절함이라고는 없고 메뉴가 나와도 테이블에 마구 내던지는 듯한 느낌은
여행자인 나만 느끼는 기분일런지.. 시간이 지나자 점차 그러려니 받아들이게 된다.
어쨌든 이 모든 것들은 눈 앞에 펼쳐진 풍경으로 모두 넘어갈 수 있다.
잔뜩 흐린 날씨에 비를 뿌렸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하늘과 따스한 햇살을 내리 쬐고
아침에 봤던 것과는 다른 느낌의 똘레도를 느끼게 해 주었다.
지금 돌아와 사진을 다시 봐도 전 쏘토트랜 타면서 전망대에서 본 구시가와 같은 날인가 싶어진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안주 삼아 샹그리아 한잔 호사를 누릴 수 있다니..
이제 서야 진짜 스페인 여행을 와 있는 느낌. 힐링 되는 기분..
표현력이 부족하지만 이 정도면 나로서는 최고의 찬사다.
▼ 똘레도 파라도르 카페 테라스
▼ 똘레도 파라도르 카페 테라스에서 본 구시가
▼ 똘레도 파라도르 카페 테라스 실내
▼ 똘레도 파라도르 카페 테라스 계산서
아쉽지만 다시 광장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아까 버스에서 내렸던 지점에서 타면 다시 쏘코도베르 광장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쏘코도베르 광장에서 탔던 시간의 10분 정도 계산해서,
마찬가지로 1시간 후, 55분에 시간에 맞추어 가면 되지만.. 조금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문득. 택시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기차역으로 가면 되니까 조금 더 이 호사를 좀 더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했다.
사실 우리는 런던에서 택시에 안 좋은 기억에 택시 타기를 주저하는 편임에도. 이 날은 과감하게 결정했다.
조금 더 머물다가 기차 시간에 맞추어 파라도르 컨시어지에 택시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어쨌든 테라스 카페 이용 고객이니 당당하게.. 로비에는 똘레도이니만틈 엘 그레코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 똘레도 파라도르 로비 (컨시어지)
친절하게도 택시가 금방 왔다. 컨시어지에서 택시 왔다고 알려 주어서 문 앞에 기다리고 있는 택시 문을 여니까..
택시 기사는 나에게 "Lee?" 냐고 되 묻는다. 비슷한 이름이기에 그냥 그렇다고.. 대충 대답 했다.
한국인 중에는 "Lee" 가 가장 많이 오는 건가.
역까지 택시 미터기 요금이 빠르게 오르는 듯 했다.
사실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서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았지만.. 똘레도 역까지 택시비는 미터기로 9.05 EUR 나왔다.
우리는 여행 초반이라 아무 생각 없이 잔돈까지 딱 맞추어 계산을 하고 내렸다.
나중에서야 1 EUR 라도 팁을 챙겨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택시였는데, 택시 기사는 아마도 우리가 참 야박한 여행객이라고 생각했겠지..
이후에 론다 파라도르에서 택시로 론다 기차역 가는 콜택시를 이용했을 때는, 잊지 않고 팁을 챙겨 주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가는 길..
다시 한번 누군가와 이 도시를 찾고 싶어졌다.
▶ 참고사항
1) 똘레도 파라도르 버스노선 확인: 편도 이용시 1.40 EUR
1시간 간격으로 운행, 쏘코도베르 광장 45분, 똘레도 파라도르 55분 (파라도르 시간은 여유있게 갈 것)
http://www.unauto.es/verlinea.php?id=8
2) 똘레도 파라도르에서 기차역이나 버스 터미널에 돌아갈 때는 택시 이용 가능: 10 EUR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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